1
2013년 4월, 개성공단 폐쇄에 관한 뉴스를 보았다. TV에서는 개성에서 짐을 가득 싣고 출입사무소를 빠져나오는 차의 행렬을 보여주었다. 차가 지나는 도로바닥에는 ‘개성’이라고 쓰여 있었다. ‘서울’, ‘광화문’처럼 갈 수 있는 곳을 표시하는 글씨체와 규격으로 북한의 지명이 쓰여 있으니 낯설게 느껴졌다. 도로에 ‘목성’, ‘금성’이 써 있는 것만큼이나 이상하게 보였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으로 안내하는 도로표시가 거기 남아있는 것이다. 길을 안내하는 기능을 잃어버린 그 ‘개성’이라는 도로표시를 탁본으로 남기고 싶었다.
2
민통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허가 절차가 필요했다. 살아오면서 민간인통제구역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허가를 기다리고 있자니 그 안이 무척 궁금해졌다. 민통선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막연한 걱정으로 조심하라고 일렀다. 무언가 다른 세계가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고 들어간 그 곳은 의외로 평화로웠다. 조용한 농촌풍경이 펼쳐져 있고 차도 사람도 별로 없었다. 논밭 사이에 한적한 비포장도로가 향수를 불러일으켜 차를 세우고 잠시 걸어보았다. 푸른 자연과 맑은 공기, 새소리, 풀벌레소리를 즐기고 있다가 문득 뒤통수를 때리는 문구가 떠올랐다. ‘지뢰조심’.
고요한 자연이 다른 잠재력으로 다가왔다. 우리만 갖고 있는 이 이상한 장소에 대해 생각해보며 다시 차에 올랐다.
3
남북출입사무소는 국경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출국, 입국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 국경에서는 출국심사, 입국심사를 하지만 남북출입사무소에서는 출경심사, 입경심사를 한다.
4
남북출입사무소 앞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새로 깐 아스팔트 길을 보고 당황했다. 새까만 아스팔트가 뉴스에서 보았던 ‘개성’을 덮어버린 뒤였다. 십년 간의 통행의 역사를 덮어버리고 모른 척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뉴스에서 본 그 ‘개성’은 없었지만 주차장 쪽에 닳아서 흐릿해진 ‘개성’ 글씨가 남아 있었다. 그 글씨는 개성공단 사업이 시작되면서 쓰여진 그대로라고 했다. 오래되어 갈라진 글씨의 균열을 보며 십년간 그 위를 지나 개성공단을 향했을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2013년 4월, 개성공단 폐쇄에 관한 뉴스를 보았다. TV에서는 개성에서 짐을 가득 싣고 출입사무소를 빠져나오는 차의 행렬을 보여주었다. 차가 지나는 도로바닥에는 ‘개성’이라고 쓰여 있었다. ‘서울’, ‘광화문’처럼 갈 수 있는 곳을 표시하는 글씨체와 규격으로 북한의 지명이 쓰여 있으니 낯설게 느껴졌다. 도로에 ‘목성’, ‘금성’이 써 있는 것만큼이나 이상하게 보였다. 더 이상 갈 수 없는 곳으로 안내하는 도로표시가 거기 남아있는 것이다. 길을 안내하는 기능을 잃어버린 그 ‘개성’이라는 도로표시를 탁본으로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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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허가 절차가 필요했다. 살아오면서 민간인통제구역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허가를 기다리고 있자니 그 안이 무척 궁금해졌다. 민통선에 들어가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막연한 걱정으로 조심하라고 일렀다. 무언가 다른 세계가 있을 것 같은 기대를 갖고 들어간 그 곳은 의외로 평화로웠다. 조용한 농촌풍경이 펼쳐져 있고 차도 사람도 별로 없었다. 논밭 사이에 한적한 비포장도로가 향수를 불러일으켜 차를 세우고 잠시 걸어보았다. 푸른 자연과 맑은 공기, 새소리, 풀벌레소리를 즐기고 있다가 문득 뒤통수를 때리는 문구가 떠올랐다. ‘지뢰조심’.
고요한 자연이 다른 잠재력으로 다가왔다. 우리만 갖고 있는 이 이상한 장소에 대해 생각해보며 다시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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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출입사무소는 국경과 같은 역할을 하지만 출국, 입국이라는 말을 쓸 수 없다. 국경에서는 출국심사, 입국심사를 하지만 남북출입사무소에서는 출경심사, 입경심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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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출입사무소 앞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새로 깐 아스팔트 길을 보고 당황했다. 새까만 아스팔트가 뉴스에서 보았던 ‘개성’을 덮어버린 뒤였다. 십년 간의 통행의 역사를 덮어버리고 모른 척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뉴스에서 본 그 ‘개성’은 없었지만 주차장 쪽에 닳아서 흐릿해진 ‘개성’ 글씨가 남아 있었다. 그 글씨는 개성공단 사업이 시작되면서 쓰여진 그대로라고 했다. 오래되어 갈라진 글씨의 균열을 보며 십년간 그 위를 지나 개성공단을 향했을 모습을 떠올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