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에 새긴 기록과 공간의 재현,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
기록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글, 그림, 사진 등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에서는 탁본으로 도시를 기록한 작품을 볼 수 있다. 탁본만이 가진 표현 방법과 효과로 공간은 생생히 기록됐고, 다른 공간에 재현할 수도 있었다. 작가 정희우는 강남대로의 도로표시, 보도블록, 맨홀뚜껑 등의 양각 면을 탁본으로 떴다. 갈라진 아스팔트, 닳은 도로면, 덧칠한 페인트 등 무심코 지나치던 도시의 미세한 흔적이 도드라져 보인다. 탁본의 장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작품들은 도시의 사건을 담은 기록물임과 동시에 기억을 돋우는 매개체가 됐다. 재개발 예정지의 탁본작업도 있다. 도하부대목욕탕(서울시 금천구)이 그것. 내부 벽면을 탁본해 형태와 크기를 그대로 모사해냈다. 깨진 거울, 얼룩진 타일 등을 통해서는 시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원래 벽의 높이와 길이까지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아트스페이스53 전시장 벽면에 탁본이 설치된 모습은 해당 공간이 새로운 공간에 재현된듯하다. 관람객은 이렇게 사실적이고 생생한 공간에 들어서서 사라질 건물을 체험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장유정(아트스페이스53 큐레이터)은 “서울이란 도시의 기억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탁본은 비석이나 유물 등에 새겨진 글씨나 무늬를 종이에 그대로 떠내는 기법으로 언어와 문자를 연구하는 학문인 금석학에서 자주 사용돼 왔다. 탁본은 사물의 요철을 찍어내는 방법으로, 눈으로 파악하기 힘든 선과 흔적조차 정확하게 구현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예술 작업에 사용한 작가는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기 위해서 탁본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보이는 게 전부처럼 느껴지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며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사진과는 다른 매체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고한다. 실제로 그의 탁본 작품은 현실성에 집중하며 시공간의 역사를 부각시킨다. 이를 통해 기록 도구에 따라 대상의 핵심이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위치한 서울53호텔에서 진행 중이다. 모텔을 게스트하우스 겸 전시장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버려진 지하 게이바와 일층 로비가 전시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없애고 새로 지을 수 있는 공간을 보존하면서 재활용하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공간의 재현이라는 의미에서 전시장과 이번 전시는 공통점을 가진다. 리셉션을 지나면 제1전시장이 있고, 게이바가 있던 지하공간에 구 도하부대 목욕탕 탁본이 설치돼있다. 전시는 6월 28일부터 7월 28일까지 열린다.
<박계현 기자>
기록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반적으로 글, 그림, 사진 등을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도시를 기억하는 방법>에서는 탁본으로 도시를 기록한 작품을 볼 수 있다. 탁본만이 가진 표현 방법과 효과로 공간은 생생히 기록됐고, 다른 공간에 재현할 수도 있었다. 작가 정희우는 강남대로의 도로표시, 보도블록, 맨홀뚜껑 등의 양각 면을 탁본으로 떴다. 갈라진 아스팔트, 닳은 도로면, 덧칠한 페인트 등 무심코 지나치던 도시의 미세한 흔적이 도드라져 보인다. 탁본의 장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작품들은 도시의 사건을 담은 기록물임과 동시에 기억을 돋우는 매개체가 됐다. 재개발 예정지의 탁본작업도 있다. 도하부대목욕탕(서울시 금천구)이 그것. 내부 벽면을 탁본해 형태와 크기를 그대로 모사해냈다. 깨진 거울, 얼룩진 타일 등을 통해서는 시간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원래 벽의 높이와 길이까지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아트스페이스53 전시장 벽면에 탁본이 설치된 모습은 해당 공간이 새로운 공간에 재현된듯하다. 관람객은 이렇게 사실적이고 생생한 공간에 들어서서 사라질 건물을 체험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장유정(아트스페이스53 큐레이터)은 “서울이란 도시의 기억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탁본은 비석이나 유물 등에 새겨진 글씨나 무늬를 종이에 그대로 떠내는 기법으로 언어와 문자를 연구하는 학문인 금석학에서 자주 사용돼 왔다. 탁본은 사물의 요철을 찍어내는 방법으로, 눈으로 파악하기 힘든 선과 흔적조차 정확하게 구현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을 예술 작업에 사용한 작가는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기 위해서 탁본을 생각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보이는 게 전부처럼 느껴지는 사회에 대한 비판”이라며 “보이는 것에 초점을 맞춘 사진과는 다른 매체를 찾기 위해 고민했다”고한다. 실제로 그의 탁본 작품은 현실성에 집중하며 시공간의 역사를 부각시킨다. 이를 통해 기록 도구에 따라 대상의 핵심이 달라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위치한 서울53호텔에서 진행 중이다. 모텔을 게스트하우스 겸 전시장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버려진 지하 게이바와 일층 로비가 전시공간으로 재탄생됐다. 없애고 새로 지을 수 있는 공간을 보존하면서 재활용하는 것이다. 사라져가는 공간의 재현이라는 의미에서 전시장과 이번 전시는 공통점을 가진다. 리셉션을 지나면 제1전시장이 있고, 게이바가 있던 지하공간에 구 도하부대 목욕탕 탁본이 설치돼있다. 전시는 6월 28일부터 7월 28일까지 열린다.
<박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