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본으로 읽는 시간과 존재
조관용 | 미술과 담론 편집장
오랜 시간의 흐름이 축적된 과거의 유물들을 발굴하는 것은 그 당대의 삶의 모습을 하나하나 풀어혜쳐 놓는 것과 같다. 그 시간 속에서 모든 것들은 어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이 하나하나의 풍경과 같이 펼쳐진다. 그 시간의 모든 것들은 하나하나 가치를 정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로 다가오며, 삶의 모든 순간들은 미래로 향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매 순간들로 향하게 된다. 정희우의 이층벽돌집은 현재 존재하는 서울의 건물의 간판들을 탁본하여 전시하는 것이지만, 그의 탁본은 단지 상가의 간판이나 벽돌들을 그대로 베껴내는 행위가 아니다. 탁본은 그에게 있어서 건물이나 골목길들을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흐름으로 하나하나 풀어헤쳐 놓는 행위이다. 달리말해 탁본은 그에게 존재의 재발견이자 삶의 시선들의 전회인 것이다. 삶이란 미래로 향하는 어떤 목적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순간들을 체험해가는 신비와도 같은 것이다.
조관용 | 미술과 담론 편집장
오랜 시간의 흐름이 축적된 과거의 유물들을 발굴하는 것은 그 당대의 삶의 모습을 하나하나 풀어혜쳐 놓는 것과 같다. 그 시간 속에서 모든 것들은 어떤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순간이 하나하나의 풍경과 같이 펼쳐진다. 그 시간의 모든 것들은 하나하나 가치를 정할 수 없는 소중한 것들로 다가오며, 삶의 모든 순간들은 미래로 향한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매 순간들로 향하게 된다. 정희우의 이층벽돌집은 현재 존재하는 서울의 건물의 간판들을 탁본하여 전시하는 것이지만, 그의 탁본은 단지 상가의 간판이나 벽돌들을 그대로 베껴내는 행위가 아니다. 탁본은 그에게 있어서 건물이나 골목길들을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흐름으로 하나하나 풀어헤쳐 놓는 행위이다. 달리말해 탁본은 그에게 존재의 재발견이자 삶의 시선들의 전회인 것이다. 삶이란 미래로 향하는 어떤 목적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순간들을 체험해가는 신비와도 같은 것이다.